건선 증상 가려움
갑자기 옆구리, 골반에 검은색으로 착색된 작은 반점과 얼룩이 생겼다. 처음에는 손톱만큼 작은 동그라미 하나가 있었는데 갑자기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고 점점 피부를 피날 때까지 긁고 싶게 만들 만큼 가려움 증상도 심해졌다.
작열감까지 생기더니 등에도 500원 동전만한 반점이 생겼고, 옆구리에도 어루러기처럼 여러 군데로 번지기 시작했다. 골반에 있던 가장 오래된 것은 상태가 심해져 피부가 비늘처럼 갈라져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났다.
원인
너무 가려워 처음에는 아토피인가? 건선이나 습진인가? 생각했는데 피부가 빨개지거나 두꺼워지는 증상은 전혀 없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몸에 생긴 검은 반점, 갈색 얼룩의 원인에 대해 찾아보니 곰팡이균에 의한 진균성 체부 백선 (링웜, 도장부스럼) 일 수 있고 어루러기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 겨울에 이 건조한 캐나다에서 피부에 곰팡이 균이라니?
병원 진료
클리닉에 갔더니 의사는 환부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도 않고 그냥 위치만 보고 건선이나 습진일 거라고 했다. 내가 '건선이나 습진이면 보통 피부가 붉고 각질이 두꺼워지던데, 이건 혹시 진균성 피부병이 아닐까요?' 하고 묻자 습한 부위가 아니니까 아닐 거라고 하면서 곰팡이 균은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아래 접히는 부분에 생긴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주려고 하자 내가 전에 2주 동안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랐는데 전혀 차도가 없었고 오히려 더 커졌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가까이 와서 환부를 들여다보고 '음.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는 걸 보니 곰팡이균 일 수도 있겠네.' 하면서 진균제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2주간 발라보고 낫지 않으면 다시 오라면서. 하아.
캐나다 진료는 다 이런식이다. 피부과 전문의에게 직접 갈 수도 없고, 클리닉에 가서 일반 가정의 의사를 만나면 이 연고 한 번 발라봐, 그다음 방문에는 연고가 잘 안 들었어? 그럼 다른 연고 한 번 발라봐. 심해지면 다시 오고. 정확히 검사를 통해 원인이 곰팡이균인지 세균인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이 연고 저 연고 돌려 막기다.
치료 연고
1. 스테로이드 연고
2주 동안 매일 하루에 한 번 발랐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2. 항진균제 연고
항진균제인 클로트리마졸을 처방 받아 10일 동안 발랐는데 변화가 1도 없었다. 가려움증은 매일 계속되었고 가려워서 잠을 깰 정도라 생활에 불편함은 점점 더해져만 갔다. 항진균제 연고가 효과가 없는 걸 보니 곰팡이 균에 의한 피부병은 아닌 듯.
3. 보습제
스테로이드 연고, 항진균제 둘 다 효과가 없자 보습제 자주 꾸준히 바르는 것으로 치료 방법을 바꾸어 보았다. 오트 성분이 들어간 바디로션을 두껍게 치덕치덕 바르자 가려움이 없어졌고 자다 깨는 일도 없었다. 샤워하고 나서 피부가 아직 촉촉한 상태일 때 환부에 바로 보습제 로션을 듬뿍 발랐고 화장실 갈 때마다 자주 하루에 여러 번 충분히 발라주었다.
결론
로션을 두껍게 바르자 놀랍게도 가려움증은 확연히 줄었고, 몸에 있던 갈색 얼룩의 색도 점점 연해지고 크기도 점점 작아졌다. 그동안 발랐던 두 가지 처방 연고 보다 보습제가 훨씬 더 효과가 좋았던 것이다.
꼭 오트 성분이 들어간 로션이라 효과가 더 좋았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어떤 보습제든 자주, 많이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 느낌. 아직도 이 피부병의 정확한 진단명은 모르지만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 의사도 정확히 뭔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 스테로이드 연고도 항진균제 연고도 효과가 없었던 것을 보면 판상 건선, 물방울 건선 아니면 피부건조증으로 인한 피부 착색, 각질, 가려움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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